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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터닝포인트(9) - 정착 본문
우리 가족은 2002년 12월 29일 주일예배를 동양선교교회에서 드렸다. 예배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강준민 목사님께, 한국에서 풀러에 유학 온 목사라고 인사를 드렸다. 강 목사님께서는 특유의 눈빛으로 우리 가족들을 보시고, 한 번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셨다. 같은 주 금요일인 2003년 1월 3일에 동양선교교회에서는 “말씀묵상 세미나”가 열렸다. 강 목사님께서는 새해를 맞이하면 금요일마다 몇 주간에 걸쳐서 말씀묵상 세미나를 여셨다. 나는 이미 한국에서도 강 목사님의 책들을 접했었다. 그리고 말씀묵상에 대한 관심도 컸기에 세미나에 참석했다. 세미나가 금요일 저녁에 열렸는데도 1,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였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예배를 마치고 나갈 때 목사님께 인사를 드리면서 나가기는 불편해서 옆문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틀 후 신년 첫 주일예배에 갔다. 예배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목사님께 인사를 드렸는데, “왜 금요일에는 인사를 안 하고 그냥 갔어요?” 하고 물으셨다. 나는 무척 놀랐다.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그 중에서 한 번 본 얼굴을 어떻게 기억하시고, 인사 없이 옆으로 나간 것까지 기억해 주셨기 때문이다. 물론 내 얼굴이 무척 커서 알아보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래도 미국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준다는 것이 큰 감동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이메일로 연락을 드렸고 며칠 후 목사님과 만났다.
강 목사님은 우리 가족을 목양실로 오라고 하셨다. 거의 한 시간 반 정도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가 마칠 즈음에 목사님은 나에게 물으셨다. “앞으로 미국에서 무엇을 하고 싶어요?” 나는 그 질문에 특별히 대답할 것이 없었다. 공부하러 온 것 외에 다른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 가끔 버벅거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그랬던 것 같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 버벅거리며 대답한 나에게 강 목사님은 “실력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를 수 있어요”라고 하셨다. 그 말씀은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내가 실력 없는 사람으로 보였다는 것도 충격이었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그때, 멍하니 있는 나를 보던 아내가 목사님께 이렇게 말씀을 드렸다. 아마 아내는 나의 버벅거림이 갑갑했던 것 같다. “목사님, 제 남편이 유명한 사람은 아닌데요, 그래도 저는 제 남편이 대한민국에서 첫째는 아니지만, 셋째라면 서러운 예배 인도자라고 생각해요.” 나는 또 충격을 받았다. 아내가 나를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도, 목사님 앞에서 당차게 말하는 모습에도 또 놀랐다. 아내는 결혼 전에 서울침례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를 다니면서 신앙생활을 견고하게 했던 사람이다. 그런 아내가 나를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라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첫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내의 말을 들으신 목사님은 웃으시면서 “그럼 첫째는 누구예요?”라고 물으셨다.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목양실을 나왔다.
목사님과 만남 후에 나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실력이 없다는 평가를 한 분을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인지, 아니면 실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실력을 쌓을 것인지. 나의 선택은 후자였다. 나는 며칠에 걸쳐서 미국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하고 계획을 세웠다.
얼마 후에 강 목사님께서 내게 전화하셨다. “교회에서 한국어 대학부 사역을 해볼래요? 파트타임으로 일하겠지만 좋은 경험이 될 거로 생각해요.” 나는 목사님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미국에서 사역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곧 사역을 시작할 줄 알았다. 그런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무튼, 어찌어찌하다가 파트 타임으로 시작하기로 했던 것을, semi-full time으로 사역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2003년 3월 중순이었다. 교회에는 참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헌신적으로 일하며 한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떻게든 자기만 살아남으려고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고 일을 망치려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아무튼 그런 분들 덕분에 나는 약간 더 좋은 조건으로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풀러 신학교에서는 교회 사역을 시작하기 전부터 수업에 참여했다. 처음 수업에 참석할 때는 미국에 처음 온 나를 모두 환영해 주시고 따뜻하게 만나 주셨다. 그런데 내가 동양선교교회 사역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다음 세미나에서 만났을 때, 함께 공부하는 목사님들이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넌 어디서 온 누군데, 큰 교회에서 그 목사님과 함께 일을 하게 된 거야?”라고 보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공부가 지루했는데,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의 시선도 무척 버겁게 느껴졌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에 듣기로는 LA지역에서 사역지가 없는 목사들이 1,800명 정도 된다고 했다.
교회에서는 매주 화요일마다 강 목사님과 목회자들이 공부하는 시간이 있었다. 매주 책을 한 권 읽고 발표하고 토론하고, 말씀 묵상을 나누고, 글을 쓰고, 성경 암송을 했다. 가끔 성경 암송 시험도 봤다. 회의하는 시간이었는데 사역에 대해서는 거의 보고만 했다. 화요일 9시부터 점심때까지 계속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그 시간이 학교 공부보다 더 흥미롭고 즐거웠다. 그런 이유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풀러에서의 공부를 중단했다. 그때는 학위를 받는 것에 욕심도 없었고, 어차피 사역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인데, 교회 사역을 하면서 더 좋은 사역자로 훈련하고 발전할 수 있다면, 꼭 학교에 가지 않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몇 년이 지나고, 강 목사님은 가끔 나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왜 목사님에게 같이 사역하자고 했던 줄 알아? 사모님이 “내 남편이 한국에서 최고의 예배인도자”라고 했던 것 때문이야. 배우자에게 인정을 받는 사람이 진짜라고 생각했거든. 그러니까 사모님께 감사하며 살아.” 나는 늘 아내에게 고맙다. 물론 고마움을 가지고 있는 것과 잘해 주는 것이 늘 간격이 커서 미안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아내는 내가 설교하는 것보다 찬양과 기도로 예배를 인도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강준민 목사님은 내가 평생 존경하며 고마워해야 할 분이다. 우리 가족이 지난 18년 동안 미국에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강 목사님께서 항상 사랑으로 돌보아 주셨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사님은 나를 늘 믿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좋은 가르침을 주시는 일을 주저하지 않으셨다. 2016년 7월에 에임스반석교회의 담임목사 청빙이 결정되었을 때, 목사님은 내게 전화를 하셨다. 받아 적을 준비가 되었냐고 하시면서, 한 시간 동안 담임목사로서 가져야 할 태도를 가르쳐 주셨다. 그 모든 가르침으로 지금까지 사역하고 있는 것 같다.
주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때에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하신다. 만남의 기회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만남의 기회를 여는 것이 변화와 성숙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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