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8장 22-35절

기드온은 세바와 살문나를 죽인 후, 그들이 타던 낙타의 목에서 초승달 모양의 장식을 떼어 가집니다. 그것은 왕의 상징입니다. 전쟁에서 이기면 적의 물건을 취하는 것이 당연하기는 하지만, 사사기의 저자가 이 장면을 기록한 것은, 22절부터의 본문과 연관해서 볼 때 기드온에게 확실한 변화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300명의 군인들이 135,000명의 연합군을 전멸시킨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사람들은 기드온을 왕으로 추대합니다. 물론 직접적으로 ‘왕’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구절(22절)에 사용된 말은 ‘다스리다’라는 말이고 그 말은 왕의 통치, 하나님의 통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기드온은 사람들에게 자신은 다스리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오직 주님께서 백성들을 다스릴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청이 있다고 하며 전리품 중 귀고리 하니씩을 달라고 합니다. 금 귀고리의 무게가 1,700세겔이나 되었고, 기드온은 그 외에도 많은 패물을 얻게 되었습니다. 왕의 자리는 거절했다고 하지만 자신이 전쟁에서 이겼다고 생각하여 보상을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기드온은 그 패물들로 에봇을 만들었고 그것을 자신이 사는 성읍에 두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오브라에 있는 기드온의 에봇을 섬겼습니다. 에봇은 제사장이 입는 옷입니다. 기드온은 결국 이스라엘 백성들이 우상을 섬기게 하는 빌미를 제공합니다. 광야에서 금송아지를 만들고 백성을 타락하게 만든 일이 연상됩니다.

 

하나님께서 300명의 군사들로만 전쟁에서 이기게 하신 이유는, 전쟁에서의 승리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하려는 뜻이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기드온은 지금 자신이 공을 세운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하나님께서 왕이시라고 그럴듯하게 말하지만, 마음은 이미 자기를 왕처럼 높였습니다. 기드온은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거나 감사를 표하지도 않습니다. 기드온이 살아있었던 40년 동안 이스라엘에 평안이 있었지만, 그동안 기드온으로 인해서 백성들이 얼마나 타락했을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기드온이 첩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고, 이름을 ‘아비멜렉’이라고 했습니다. 그 이름의 뜻은 ‘나의 아버지는 왕이다’라는 뜻입니다. 기드온은 이미 자신이 왕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기드온이 죽으니 이스라엘 자손이 다시 바알들을 음란하게 섬겼다고 합니다. 기드온은 입으로는 하나님을 섬긴다고 했지만, 그의 행위는 아무 것도 모범이 되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드온의 가족에게 은혜를 갚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나님 앞에 전심으로 헌신하지 않고 자신의 이득만 찾고 있는 사람을 사람들이 존경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들을 향해 신실한 분이십니다. 하지만 사람들 가운데 하나님 앞에서 온전히 신실하게 사는 이들은 찾기 어렵습니다. 기드온을 보면서 지금 이 시대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도자의 역할을 한다고 앞에 서있지만, 진심으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고, 하나님 앞에 온전하게 사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에 크게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사람 앞에서 온전히 섬기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