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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터닝포인트(12) - 돌풍 본문
교회에 엄청난 돌풍이 불어왔다. LA에서의 이야기다. 교회는 싸움에 휘말렸다. 자세한 이야기를 모두 말하기에는 지면도 시간도 부족하다. 사실 모두 썼다가 지우고 나와 관계되는 일만 쓰고 있다. 말도 되지 않는 의혹으로 담임목사님께 반대하는 세력들은 계속 교회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싸움이 지속되었다.
한참 힘든 시기였는데, 담임목사님은 약속된 한국 집회를 가셨다. 그리고 목사님이 계시지 않는 주일에, 나는 2부 예배 설교를 하게 되었다. 당시 가장 많은 교인들이 모이는 예배였다. 교회를 어렵게 하는 반대 쪽 사람들은 늘 예배당 앞쪽에 앉아서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설교 후 헌금 시간에 갑자기 예배당 한쪽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원로목사님이 강단으로 올라오시려고 하셨고, 교인들이 막았다. 나는 침착함을 유지하고 봉헌기도를 하고 예배를 마치고 내려왔다. 그 때 소란스러움 속에서 나는 이런 말을 들었다. “다 놓아두고, 다 데리고 나가라고!” 나는 그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하나님의 교회를 옳게 세우려는 마음은 없고, 재산과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싸우는 것이었다. 참담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교인들의 숫자는 전혀 줄지 않았다. 새가족 등록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임시공동의회를 하는 날이었다. 경찰이 출동을 하고, 강단 위에서는 정말 못볼 꼴이 보여지고 있었다. 그런데 새가족실에 교회 등록을 하러 오신 분이 있다고 해서 올라가 만나 뵈었다. TV 모니터로 예배당 상황이 계속 중계되고 있었다. 나는 민망한 마음으로 “이런 교회에 왜 등록하시려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분의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예배 드리고 싶고, 말씀을 듣고 싶어서요. 몇 주간 교회에 나오면서 예배와 말씀이 참 좋았어요. 그래서 등록하려고요. 그리고 교회가 뭐 다 저렇죠. 그저 말씀 듣고 예배 드릴 수 있으면 됩니다.” 싸우고 있는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고 싶다는 것도 충격이었고, 교회는 다 저렇다는 말도 충격이었다. 귀하고 귀한 한 영혼은 주님께 예배하며 말씀을 찾아오고 있는데, 저렇게 GR하며 싸우려는 인간들이 교회에 있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했다.
온갖 소란 속에서도 예배는 계속 진행되었다. 담임목사님을 몰아내려는 사람들은 당회가 해산 된 이후에 자기들끼리 임시당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몇 명의 부목사들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 아마 몇 명에게만 해고통지서를 보낸 것은, 부목사들을 이간질 하려는 수작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시 부목사들은 모두 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담임목사님을 이단으로 몰려는 시도가 있었을 때는, 성명서를 내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담임목사님께서 막으셨다. 미래를 생각하고 작은 오점도 남기지 말라고 하셨다. 우리는 목사님께서 왜 이렇게 진흙탕 싸움을 하셔야 하는지, 그냥 떠나셔서 새로운 시작을 하시면, 우리가 마음을 모아서 함께 시작할 마음도 있다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담임목사님과 교회 측은 그들이 걸어온 소송들의 모든 재판에서 승소를 거두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하나의 재판. 그 재판에서 임시공동의회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떤 분들은 목사님께 정기 공동의회가 있을 때까지 설교만 하시면서 참으시면, 다시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하셨다. 나는 그분들도 목사님이나 교회를 위하는 마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내에게 “내가 6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같아”라고 이야기했고, 아내와 나는 교회를 떠나기로 했다. 다음 날 나는 목사님을 찾아가서 사직서를 드렸다. 목사님은 내게 “어디 갈 곳은 있어?”라고 하셨다. 어제 결정했는데 오늘 갈 곳이 있을리 없었고, 다음 준비를 할 겨를도 없었는데… “개척을 하는 것은 어때? 이 목사를 좋아하는 교인들도 많으니.” 그런데 나는 목사님이 계시는 곳 근처에서 개척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평생 개척 교회 목사가 되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었고, 심지어는 담임목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었다. 나는 목사님께 “목사님께서 저를 선택하셔서 함께 목회할 기회를 주셨으니, 목사님이 계실 때 목사님께 사직서를 드리고 가는 것이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어요. 아직 다음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목사님께서는 “그럼, 나가는 날짜는 내가 정할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네. 지금 당장 나가면, 죽을만큼 고생하면 일한 이 목사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그리고 이 목사가 하던 사역도 잘 챙기고 마무리 해야지”라고 하셨다.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토요일 새벽기도를 마치고, 남성큐티반과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와서 교회로 다시 갈 준비를 하는데 목사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내일 사직 인사를 하자”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주저하지 않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을 드렸다. 그리고 교회로 가서 사무실에서 짐을 챙겼다. 6년을 일했던 내 사무실의 짐은 정말 많았다. 3일 동안 차에 실어 나른 것 같다. 짐이라고 해봐야 모두 책이었다. 주일 예배 때 나는 사직 인사를 했다. 많은 교인들은 갑자기 당한 일에 많이 아쉬워 하셨다. 그중 권사님 한 분(고 곽정월 권사님)은 예배당에서 나오시면서 문 앞에서 담임목사님 옆에서 인사하는 나를 보시자 마자, 예배당 의자를 붙잡고 펑펑 우셨다. 그리고 겨우 내게 다가오셔서, “여기 있을 때 아들 하나 더 낳으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도 안 듣고 그냥 나가면 어떻게 하냐”라고 하시며 우셨다. 나도 옆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갑자기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나는 42세가 되던 해였다. 이미 40이 넘어서 부목사로 지원할 수 있는 교회는 거의 없었다. 그 때는 그랬다. 담임목회를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고 계획도 없었는데, 그럼에도 신문을 보고 세 곳의 교회에 청빙 지원을 했다. 교인들은 내가 사직한 후 거의 한 달 동안 하루 한두 번 씩 내게 전화를 했다. “목사님, 어디 계세요? 어느 교회로 가셨어요? 개척 안 하세요? 목사님 계신 교회로 가고 싶은데요.” 물론 그런 전화는 한 달이 지나자 더 이상 없었다. 그러던 중에 아내도 나도 “멀리 가라!”라는 마음과 말씀을 받게 되었다.
아무 것도 없이 움직여야 하는 때가 있다. 움직임을 결단해야 하는 때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따라가야 할 때도 있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도 오직 주님께서 인도하실 것을 믿고 발을 옮겨야 할 때도 있다. 갈 바를 알지 못해도 떠나라고 하시면 떠나야 할 때가 있다.
터닝포인트 5편과 6편에서 이야기했던 SOUL 전도여행을 다니던 시절 함께 했던 김재옥 형이 강원도 고성의 MT 때, “진영아, 나는 하나님께서 너에게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복을 주시기를 기도한다. 창세기 12장에 나왔던 그 복 말이야.” 그 때 본문을 자세히, 아주 자세하고 꼼꼼하게 읽고 아멘을 했어야 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아멘!”이라고 답한 것이 가끔 “아! 내가 왜 그랬지?”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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