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차분히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이제야 로드트립 글을 씁니다.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후에는 그만큼 바쁘게 다녔습니다. 가족끼리 보낸 시간도 있었지만, 주로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라크레센타와 발렌시아에서의 환대를 경험한 후 저희 가족은 산호세로 올라갔습니다. 산호세에는 제가 대학생 시절, 교회 고등부 교사를 하던 때 만났던 제자가 살고 있습니다. 2002년 LA에 도착했을 때, 공항에 차를 가지고 와서 저희 가족을 데리고 자기가 살던 집으로 데리고 가서, 저희가 아파트를 구할 때까지 며칠을 머물렀던 형제입니다. 지금은 예쁜 두 딸을 키우는 가장이 되었고, ‘구글’이라는 좋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이 산호세에 머물 수 있도록 호텔을 마련해 주기도 하고,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교제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시온이는 산호세에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만났고, 저는 페북으로 교제하던 이재근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다른 지역이기는 했지만, 비슷한 때 담임목사로 사역을 시작하셨고, 귀하게 사역에 임하는 분이었습니다. 둘이 페북에서 축구 이야기를 재밌게 했었는데, 세 시간 동안 이야기 가운데 축구 이야기가 없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LA 동양선교교회 한국어 대학부 사역할 때 학생으로 만났던 자매의 가정을 만나서 교제했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은 신경과 교수가 되어서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데, 산호세까지 내려와서 저희 부부와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두 딸을 키우며 남편과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서 감사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데이비스라는 동네에 가서, 에임스에서 바로 옆에 살았던 가족을 만났습니다. 길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저와 저희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주시고 편안하게 교제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편안해서 저는 잠이 들었었습니다.
데이비스에서 내려오는 길에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금문교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오래전에 어머니를 모시고 관광버스로 지났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가이드가 걸어서 건널 수 있다고 했는데, 초등학생이었던 시온이가 걸어 건너고 싶다고 해서, 저와 손을 잡고 금문교를 걸어서 건넜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제가 바람을 맞으며 두려움을 참고 건너는 중, 다리가 아프다는 시온이를 업고 건넜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먼저 밑에서 다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멋진 다리였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희생이 있다는 것을 다시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하루를 더 산호세에서 쉬고, LA로 내려오는 중에, 피스모비치를 들러서 스플래쉬 카페에 들어가서 클램 차우더와 피시 앤 칩스를 먹었습니다. 미국의 관광지들은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오래전에 그 근처로 휴가를 갔었는데, 저희가 머물렀던 호텔 등도 지나며 보았었습니다. 피스모 비치 근처에는 모래사장에서 차로 달릴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김동일 목사님께서 추천하셔서, 처음으로 모래사장 위를 차로 달렸습니다.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다시 LA를 향해 오는 길에 바닷가 길로 오려고 했는데, 너무 차가 밀려서 다른 길을 찾아 주는 네비게이션을 따라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그 길이 산을 넘는 길이었고,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저는 거의 두 시간을 긴장 상태로 운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그 후유증으로 며칠 동안 다리가 불편했습니다.
LA에 도착한 후, 또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LA에서 중보기도 사역을 하면서 늘 동역해 주셨던 권사님, CRC 교단에 들어가면서 만나고 알게 되어 형 동생 하며 지내게 된 목사 부부, 제가 전도사 시절에 대학부 사역을 할 때, 처음 제자훈련의 제자로 있었던 서라벌 전도사를 만나면서 주말까지 지냈습니다. 서 전도사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더 많고, 앞으로도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8월 15일 주일에는 바쁜 일정을 지냈습니다. 주일 아침 7시 30분에 강준민 목사님이 섬기시는 새생명비전교회에서 시온이가 특송 연주를 했습니다. 8월 7일 토요일에 제가 새벽 설교를 했고, 시온이가 그때도 연주를 했는데, 강 목사님께서 다시 부탁을 하셔서 다시 연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일 예배의 말씀을 들으며 저희 가족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희 가족에게 위로와 도전이 되는 말씀이었습니다. 시온이도 연주를 잘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11시에는, 정종원 목사님이 섬기시는 ‘아이엠교회’에서 주일 말씀을 전했습니다. 시온이도 또 연주를 했습니다. 정종원 목사님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제 블로그 중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에 있습니다.
주일 저녁에는 김동일 목사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인사하고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귀국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서향 로드트립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사람이 참 귀하고, 만남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며 지낸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경치를 보고 경험을 하면서 지낸 로드트립이었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만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만남이 얼마나 귀한지 확인할 수 있었던 기적과 같은 은혜도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또 하겠습니다.
8월 15일 주일 아침 예배 시간 마지막에 드렸던 찬양이 가슴에 계속 울립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만남을 계획해 놓으셨네. 우린 하나 되어 어디든 가리라 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리라 당신과 함께”
사람을 귀하게 여기면 좋은 만남을 갖게 됩니다.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그 만남을 통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인생에는 좋은 일도 있고 불편한 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항상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 바로 사람과의 만남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