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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리고 새롭게 본문
Light & Delight 12월 26일 목회서신
다시 그리고 새롭게
2020년 마지막 주일을 맞이하면서 이전과는 달리 시간의 빠름에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사실 저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2020년이라는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그런지, 한 해가 지나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한다는 것에 이전과는 다른 아쉬움도, 약간의 두려움도 생깁니다.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 시간을 산다는 것에 큰 부담을 갖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면서 디트리히 본회퍼가 1944년 12월에 쓴 시를 다시 꺼내어 보았습니다. 우리가 ‘선한 능력으로’라는 제목의 노래로 부르고 있는 시입니다. 몇 년 전에도 소개해 드렸던 시입니다. 나치에 저항하다 감옥에 갇혀서 1945년 4월 9일에 처형을 당했던 그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자신의 상황에서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직전에 약혼자 마리아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 쓴 시입니다. 어려웠던 한 해의 끝자락에 다시 그의 시를 보게 되는 것은, 본회퍼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랑을 위해, 공동체를 위해, 그리스도를 위해 살았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본회퍼는 감옥에 있었지만, 신실하신 주님의 팔에 보호와 위로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삶이지만 생명을 유지하기에, 당당하게 열린 가슴으로 새로운 해를 맞이하겠다고 합니다.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다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는 연약함은 없습니다. 부족함은 주님께 간구합니다. 그는 자신이 당하는 모든 고난을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두려움 없이 받겠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면서도 다시 새로운 날을 주시는 기쁨을 누린다면, 자신의 삶을 주님께 드리겠다는 헌신을 다짐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주신 빛이 모든 어두움을 밝힐 것을 기대하며, 빛을 밝히기 위해 우리가 모두 다시 하나를 이룰 수 있게 해달라고 간구합니다. 지금 우리는 고요함 가운데 살지만, 계속해서 주님의 나라를 확장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확신을 가지고 맞이하겠다는 믿음의 고백이 그의 시에 담겨 있습니다.
그의 시에서 다시 한 번 마음을 울렸던 것은 이 부분입니다. “우리 가운데 깊은 고요가 임하며 보이지 않는 주님 나라 확장되어 갈 때, 모든 주님의 자녀들 목소리 높여 찬양하는 그 우렁찬 소리 듣게 하소서” 이 고백에서 저는, 함께 찬양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아쉬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맡기신 주님의 나라가 확장되어 가는 것을 바라보며, 우리가 함께 모여 찬양하는 소리를 듣게 해 달라는 간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 우리가 함께 간절히 기도해야 할 제목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다시 모이게 하소서! 새롭게 하나 되게 하소서!” “다시 그리고 새롭게”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세운 좋은 전통과 선한 영향력으로 지금까지 세워져 왔습니다. 어려운 때에도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말씀을 따르며 늘 다시 모였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새롭게 개혁하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해 왔습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를 회복하게 하실 것을 믿고 지금까지 버텨왔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회복의 은혜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 모이는 날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은혜로 새로운 공동체와 삶을 향해 전진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죽음을 바라보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본회퍼 목사님의 고백을 마음에 담고, 남은 시간과 다가오는 새로운 시간을 향해 당당하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본회퍼 목사님의 “주님의 선하신 권능에 싸여(Von guten Mächten)”를 소개합니다.
신실하신 주님의 팔에 고요히 둘러싸인
보호와 위로 놀라워라
오늘도 나는 억새처럼 함께 살며
활짝 열린 가슴으로 새로운 해 맞으렵니다.
지나간 날들 우리 마음 괴롭히며
악한 날들 무거운 짐 되어 누를지라도
주여, 간절하게 구하는 영혼에
이미 예비하신 구원을 주소서
쓰디쓴 무거운 고난의 잔
넘치도록 채워서 주실지라도
당신의 선하신 사랑의 손에서
두려움 없이 감사하며 그 잔 받으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기쁨, 눈부신 햇살 바라보는 기쁨
다시 한 번 주어진다면
지나간 날들 기억하며
나의 삶 당신께 온전히 드리렵니다.
어둠 속에서 가져오신 당신의 촛불
밝고 따뜻하게 타오르게 하시며
생명의 빛 칠흑 같은 밤에도 빛을 발하니
우리로 다시 하나 되게 하소서!
우리 가운데 깊은 고요가 임하며
보이지 않는 주님 나라 확장되어 갈 때
모든 주님의 자녀들 목소리 높여 찬양하는
그 우렁찬 소리 듣게 하소서
주님의 강한 팔에 안겨 있는 놀라운 평화여!
낮이나 밤이나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은
다가올 모든 날에도 변함없으시니
무슨 일 닥쳐올지라도 확신 있게 맞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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