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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함으로 권력을 무너뜨리신 부활의 주님을… 본문

교회에게 - 목회서신

무력함으로 권력을 무너뜨리신 부활의 주님을…

Happy Jin 2021. 4. 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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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 Delight 4월 3일 목회서신

 

무력함으로 권력을 무너뜨리신 부활의 주님을…

 

최근 헨리 나우웬의 책을 읽으며, 그의 글에 푹 빠져 있습니다. 금요일마다 <예수의 길>을 교우들과 함께 읽고, ‘클럽하우스’에서는 <영성에의 길>을 읽는 중입니다. 책장 깊이 있었던 헨리 나우웬의 책을 다 꺼내서 쌓아놓고 다시 읽을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그의 글은 깊은 묵상과 함께 그의 삶에 있었던 경험들이 정리되어 있어서, 단순한 문장이고 편안하게 읽히지만, 그 내용의 무게감은 엄청납니다.

 

이번 목회서신에서는 “영성에의 길”을 읽고 나누는 중에 있었던 일을, 책의 내용과 함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불안한 나머지,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하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통제할 수 있다면 어떤 형태의 권력이라도 붙잡으려고 하지 않는가? … 우리는 우리의 안전이 위협을 받자마자, 우선 이용할 수 있는 막대기나 총을 움켜쥔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생존은 중요한 것이라고 다른 수천의 사람들이 그들의 생존을 지키지 못하게 되더라도 말이다.
나는 나의 막대기와 총을 알고 있다. 때로 그것은 나보다 영향력이 많은 친구다. 또 때로는 돈이나 학위이고, 때로는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사소한 재능이고, 때로는 특별한 지식이나 숨겨진 기억이며, 차갑게 노려보는 것까지도…, 그리고 나는 통제하는 데 필요하다면, 크게 주저함 없이 재빨리 그것을 움켜쥔다.
가장 교활하고, 분열을 일으키며, 상처를 주는 권력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가운데 사용되는 권력이다. 공동체의 형제자매들이 예배하는 처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모든 집 없는 사람이 하나님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 사랑의 표현을 기대했을 때, 권력의 사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헨리 나우웬 <영성에의 길> 중에서

 

저는 글을 읽으며 권력이란 것이 저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헨리 나우웬의 고백처럼, 저도 할 수 있다면 많은 권력을 행사하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유명한 누군가를 알고 있다는 것도 권력을 행사하려는 것이었고, 제대로 잘하는 것도 없으면서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랑하려고 했던 것도 권력 행사였습니다. 말씀을 전하고 있다고 인정을 받으려 하고, 그것을 제가 가진 힘으로 생각하는 것도 권력 행사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완전히 연약한 몸으로 스스로 무력함을 택하셨습니다. 그런 하나님의 모습과는 참 많이 다른 것이 제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어떤 것도  힘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인데, 그것들을 손에 잡고 힘이 있는 것처럼 소리만 지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클럽하우스에서 함께 읽는 분들과 나눔을 가지고 있었는데, LA에서 같은 교회에 있었던 자매가 스피커로 들어왔습니다. 제가 2009년에 LA를 떠나서 뉴저지로 갔으니, 십수 년 만에 클럽하우스를 통해 목소리로 인사를 나누게 된 것입니다. 

 

위의 글을 읽고 느낌을 말하는 중에 그 자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목사님을 알고 있다는 것으로 뿌듯해 하고 있었는데 찔림이 있네요.” 제가 당황스러워서, “제가 무슨 유명한 사람도 아닌데 그렇게 말씀하세요.”라고 하며 웃었더니 그 자매가 “이진영 목사님이 LA에 계실 때 얼마나 유명한 목사님이셨는데요.”라고 다시 말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짝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그 방에는 뉴저지에서 같은 교회에 있었던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래서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LA에서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었다는 걸 뉴저지에 있을 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더라구요. 여기 중부에서도 뭐 별로…” 이렇게 말하며 웃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헨리 나우웬의 글을 읽으며 뼈저리게  반성하는 것 같다가도, 누가 날 알아준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으쓱하고, 또 그것으로 힘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참 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게 사람의 본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나님은 무력함을 통해 권력을 무너지게 하십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이 모든 죄악의 권세를 깨뜨리셨습니다. 세상의 눈으로는 십자가 죽음이 가장 무력한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세상에 생명과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것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길을 따른다면 다시 우리가 어떤 것을 들고 힘이라고 생각하며 사는지 돌아볼 있어야겠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십자가의 길을 끝까지 걸으셨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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