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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터닝포인트(17) - 제자훈련 본문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17) - 제자훈련

Happy Jin 2020. 9. 16.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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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16편에서 ‘제자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언급했다. 이번에는 내가 경험한 제자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제자훈련이라는 이름으로 교회에서 훈련 프로그램을 인도한 것은 전도사로 사역했던 서울의 영동중앙교회가 처음이었다. 당시 교회에서는 장년들을 위해서도 제자훈련이 있었지만, 청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도 같은 제자훈련이 진행되었다. 제자훈련 수료식에는 모든 수료생이 함께 자리했고, 교회 전체의 축복을 받기도 했다. 나는 대학부를 담당하면서 대학생들과 제자훈련을 했다. 제자훈련을 인도하기 위해 CAL 세미나(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에도 참여했었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7편에서 소개한 것처럼, 그때 처음 제자훈련으로 만났던 대학생들은 지금까지도 나의 기쁨이고 영광이다. 그리고 제자훈련을 함께했던 형제자매들은 귀한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다. 서울에 갈 때마다 만나고는 하는데 만날 때마다 평안과 즐거움이 크다.

 

LA에서는 제자훈련이라는 이름으로 훈련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교회 내의 훈련을 진행할 때마다, 특별히 형제들이 함께했던 “남성 큐티 모임”에서는 제자훈련을 했던 철학과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함께 하는 모든 형제가 그리스도의 제자로 자기 삶의 자리에서 믿음과 말씀으로 살아가길 소원하는 마음이었다.

 

뉴저지에서 사역하면서 교회에서 다시 시작된 제자훈련을 인도하면서도 마음가짐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와 같이 시작했던 제자훈련반은 8기로 불렸다. 8기와 9기는 혼성반으로 구성하여 진행했다. 그러다 제자훈련반이 여러 반으로 나누어지면서, 10기가 시작될 때, 나는 남자 제자반을 맡기로 했다. 형제들끼리만 만나서 제자훈련을 하는 것이 약간 딱딱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11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뭔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제자훈련이라는 것이 교재가 있고 큐티 나눔, 성경 암송, 성경 공부와 나눔으로 구성된 내용이 진행되지만, 참여하는 사람들에 따라서 분위기는 상당히 많이 바뀐다.  11기에 참여한 형제들은 3명은 나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다른 6명은 나와 동갑 또는 나이가 어린 분들이었다. 예전보다 상당히 구성원이 젊어졌다. 물론 내가 나이가 들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마음이 확 열려서 시작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돌아가면서 자신이 참여하게 된 동기를 말하던 중 한 형제가 “저는 나쁜 놈입니다”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자신은 오래전부터 교회에 다녔었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술도 많이 마시고 믿음을 가진 사람답지 않게 흐트러진 삶을 살았다고 하면서, 제자훈련을 하면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새롭게 되고 싶다고 했다. 한 형제가 마음을 그렇게 열면서 처음 나눔을 했으니 다른 형제들도 쉽게 마음이 열렸다. 그날부터 제자훈련은 저녁 8시에 모임을 시작하면 거의 12시가 되어야 마치게 되었다. 어쩌다 11시쯤 마치면 일찍 끝났다고 좋아하면서 교실을 나가는데, 주차장에서 12시까지 서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는 것이 보통의 일이었다. 가끔 형제들과 함께 야식을 먹으러 가자고 하고 순댓국을 먹으러 갔던 때도 있었다. 영화를 보러 간 적도 있었다. 영화를 보러 갔을 때 한 형제가 결혼 후, 아이들을 떼놓고 영화관에 온 적은 처음이라고 하면서 감격하기도 했다. 서로의 속 이야기를 다 꺼내고, 서로를 위해 간절히 눈물로 기도하며 지냈다. 제자훈련을 하는 동안 직업을 구하기 위해 애쓰던 중에 제자훈련을 마치면서 좋은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형제도 있었다. 나도 목사이지만 그저 친구처럼 형제들처럼 함께 했다. 나의 약한 모습도 스스럼없이 나누었고, 기도를 요청하며 서로를 붙잡아 주는 일에 머뭇거리지 않았다. 제자훈련을 마쳤을 때 11기의 형제들은 모두 친형제와 가족처럼 되었다. 

 

뉴저지를 떠나 에임스로 온 후, 11기 제자반에서 처음 눈물을 터뜨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었던 전택길 형제가 간암으로 투병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영주권도 받게 되고, 누구보다 힘차게 열심히 일했는데, 정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리고 형제는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미국 LA로 와서 투병하던 중 내게 소식을 전했다. 나는 에임스반석교회에서 아이티 단기선교를 시작하면서, 전에 제자훈련을 함께했던 형제들에게 중보기도를 부탁했었다. 형제는 그 소식을 듣고 선교헌금을 보낸다고 하면서 연락을 한 것이다. 투병 중이라 일도 하지 못하고 생활이 많이 어려울 텐데, 그래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 한다고 하면서 어려운 중에 헌금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또 헌금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형제가 천국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나 씩씩하고 매 순간 힘차게 살았던 형제, 뉴저지에서는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았기에 가끔 김치와 음식을 나눈다고 갑자기 찾아왔던, 그리고 두 번째 아이로 아들을 낳았다고 하면서 첫돌 감사예배를 드리며 즐거워했던 형제였는데, 주님은 그런 형제를 너무 일찍 데려가셨다. 지금도 택길 형제가 너무 보고 싶다. 남은 가족, 그의 아내와 딸 상희, 아들 설이가 건강하길 기도한다.

 

제자훈련 12기를 시작할 무렵, 교회에서 한 집사님이 나와 만나자고 하셨다. 김동석 집사님. 미국에서 시민참여센터의 이사로 일하시면서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시민의식을 깨우시려고 열심히 노력하시는 분이시다. 집사님은 제자훈련에 한번 참여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왜 제자훈련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시면서, 이진영 목사가 인도하는 제자훈련이라면 한 번 참여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미국에 와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교회는 1부 예배만 참여하셨고, 순모임도 참여하지만, 교회에서 교육이나 훈련에는 한 번도 참여하신 적이 없다고 하셨다. 제자훈련 12기가 시작하고 몇 주 정도 지났을 때, 집사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세상에 중년 남자들이 매주 화요일 저녁 8시가 되면 한 명도 늦지 않고 5분 전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제자훈련을 준비하고 있으니,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그랬다. 제자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특별한 사정이 있는 분들은 꼭 미리 연락하셨고, 연락도 없이 늦게 오거나 불참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12기도 함께 영화도 보고, 제자훈련 교재가 아니더라도 좋은 책을 같이 읽기도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12기 훈련이 마무리될 때쯤, 제자훈련을 마친 후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서로 생각을 나누었다. 그중 함께 했던 이병현 집사님(뉴저지 카메라타 음악감독)께서 남성합창단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일은 몇 개월 후에 실현되었다. 카메라타 남성합창단이 생겼다. 단순히 교회 합창단이 아니고, 뉴저지의 지역 남성합창단이다. 나도 창단 멤버가 되어 함께 노래했고 두 번의 정기 공연에 참여했다. 지금도 카메라타 남성합창단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나는 제자훈련을 하면서 늘 이러한 멘트로 시작했다. “혹시 제자훈련에 들어온 이유가 교회에서 직분을 받기 위한 것이라면, 출석만 열심히 하십시오. 그러면 졸업을 하게 해드리고 직분을 받는 일에 별 이상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 원한다면 마음을 열고, 배우고,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나누면서, 변화를 위해 애쓰는 일에 열정적으로 참여하시길 바랍니다. 진짜 제자훈련은 교회의 직분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로 자신이 살아야 하는 삶의 자리에서 말씀을 따라 사는 삶을 훈련하는 것입니다. 그 길에 동행하는 친구를 만나는 곳이 제자훈련의 자리입니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제자훈련에 함께 한 분들은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지금까지도 열심히 살고 계시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교회 사역을 종료한 후, 한 번은 김동석 집사님께서 메시지를 보내셨다. 순모임의 순장이 공석이 되어서 순장을 맡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바쁘지만 역할을 감당해 보려고 순장 모임에 나갔는데, 당신께서 순장 모임에 참여하시니 옆에 계시던 장로님 한 분이, “이제 세상 일을 그만하고 교회에서 열심히 섬깁시다. 내가 멘토가 되어 줄게요”라고 하셨단다. 그러면서 “목사님, 내가 그러려고 제자훈련 한 것 아니잖아요?”라고 하셨다. 나는 집사님께 “집사님이 세상에서 하시는 일은 세상 일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너무나 귀한 일이에요. 그 일을 그만두는 것은 주님도 원치 않으시는 일입니다. 더 열심히 하셔야죠”라고 말씀드렸다. 나는 어쩌면 교회가 그리스도인으로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믿음의 길을 방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저지초대교회의 사역을 마무리할 시점에, 다음 제자훈련을 위해 목회자들의 회의가 있었다. 서로의 다짐과 계획들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나는 이미 사역에서 손을 떼는 시점이라 별 할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담임목사님께서 제자훈련을 오랫동안 해왔던 이진영 목사가 후배 목사들에게 조언할 것이 있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제자훈련 하면서, 자기 제자 만들려고 하지 맙시다. 교회 직분자 만들려고 하지 맙시다. 세상과 현실 속에서 말씀과 믿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진짜 그리스도인을 세우는 일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라고 간단히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담임목사님은 표정이 굳으시더니, “우리 교회 제자훈련은 순장 만들고 직분자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하셨다. 나는 그때, “이분이 지난 6년을 같이 사역을 했지만, 나랑 전혀 다른 목회 철학을 가지고 계셨구나. 내가 이곳을 떠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나의 제자훈련 철학은 변함이 없다. 

 

에임스반석교회에 왔을 때, 카운슬 임원 중 한 분이 질문했다. “앞으로 교회에서 직분자를 세우기 위한 제자훈련 같은 프로그램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는 “제가 담임하는 교회에서는, 교회에서 직분자를 세우기 위한 프로그램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의 훈련은 지속해서 신앙과 인격의 성숙을 위한 훈련이 될 것입니다. 교회 사역을 위한 직분자는 필요에 따라 세우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씀을 드렸고, 지금까지 교회에서는 단기 훈련 프로그램은 하지 않는다. 오직 계속해서 말씀을 묵상하고, 독서를 하면서 배우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18편이 이어집니다.

 

제자반 11기 수료식 후에 - 오른쪽에서 두 번째 형제가 고 전택길 형제
제자반 11기 형제들의 영화 관람
2019년 여름에 잠깐 뉴저지에 갔을 때, 제자반 11기 형제들과 순댓국을 먹으며
제자반 12기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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